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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장화홍련 (2003)

by 니루루 2022. 9. 9.

장화홍련-포스터

 

제목 : 장화홍련
감독 : 김지운
출연 : 염정아, 임수정, 문근영, 김갑수
개봉 : 2003. 6. 13.

1. 소개

공포 영화 명작 반열에 항상 오르고, 한국 영화 최고의 명작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작품. 해외에서도 한국의 공포 영화 하면 대부분 이 작품이 먼저 언급됩니다.《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김지운이 본격적으로 충무로의 주류로 떠오르게 된 작품입니다.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박찬욱의 《올드보이》 등과 함께 2000년대 한국 영화계의 세대교체와 발전을 알린 신호탄이라는 찬사도 받습니다.

2. 훌륭한 미장센

미장센에 특히 많은 투자를 한 작품입니다. 특히 '집이 또 하나의 배우'라고 불릴 만큼 배경에 많은 공을 들여 지었습니다. 순수 제작비 28억원 중 7억 원에 이르는 돈이 집을 만들고 소품을 구입하는데 투입됐다고 합니다. 주인공들이 사는 집은 일본식 양옥으로 그 자체가 이국적이고 뒤틀린 느낌을 주며, 벽지는 꽃의 반복된 패턴으로 가득해서 묘한 공포감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에 신경질적인 날카로움을 더합니다. 촬영 중에도 이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장면에서 조명에 필터를 걸어 쓸쓸함을 강조합니다. 미장센에 대해 공부하는 연극영화과 학생이라면 꼭 언급되는 영화일 만큼 훌륭합니다.

3. 흥행

한국 공포 영화 중에서는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흥행도 엄청나게 성공하여 임수정과 염정아가 더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봉 11일째, 전국 관객 수 2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최고 흥행작인 가문의 영광과 실미도 개봉 이전까지 2003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살인의 추억을 앞서는 흥행 속도라고 합니다.

4. 줄거리

어느 병원, 한 소녀가 의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받으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화면이 바뀌고 수미와 수연 두 자매는 아버지가 있는 목재 가옥으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새엄마는 아이들을 반기지만 두 자매는 왠지 모르게 새엄마를 꺼립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살게 된 그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가족들은 환영을 보는 등의 기묘한 일에 시달리게 됩니다. 어는 날 새엄마의 남동생, 즉 무현의 처남 부부가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이 집을 찾습니다. 그런데 처남댁은 갑자기 간질발작이 일어나 바닥에 쓰러졌다가, 부엌 싱크대 아래를 기어가는 원혼을 목격합니다. 한편, 수미는 친엄마의 자리를 빼앗은 새엄마를 증오합니다. 새엄마는 애꿎은 수연이에게 화풀이를 하며 학대를 일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엄마가 수연이를 장롱에 가둡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미는 울고 있는 수연이를 달래고, 아버지에게 울분을 토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수미에게 도리어 화를 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누군가를 데리고 집에 오게되는데 그는 바로 집에 있는 줄 알았던 새엄마였습니다.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진실은 그전까지 영화에 등장했던 새엄마는 다름아닌 수미의 또 다른 인격이었던 것입니다. 수연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수미와 줄곧 함께 있었던 수연은 수미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던 겁니다. 즉 실제로 그 집에는 무현과 수미 부녀 단 두 사람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새엄마와 무현은 직장에서 불륜관계였고, 무현의 아내는 이에 충격을 받아 옷장 속에 목을 매달아 자살합니다. 방에서 울다가 엄마의 방으로 엄마를 찾아간 수연은 엄마의 시신을 발견하고 놀란 나머지 엄마의 시신을 옷장에서 꺼내려다 그만 실수로 옷장까지 쓰러뜨려, 그 밑에 엄마의 시신과 함께 깔리게 됩니다. 옷장이 쓰러지는 소리에 아래층에 있던 은주가 올라와서 가장 먼저 이 광경을 목격하는데, 처음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못 본 척하고 밖으로 나오다가 구해주려 다시 들어가려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찬가지로 그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온 수미와 마주치는데, 하필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게 됩니다. 수미는 은주를 보고 노골적으로 언짢아하며 같이 있기도 싫어서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때, 은주는 수미에게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라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자신에게 무례하게 굴면 지금 수연이 옷장에 압사당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연이 처한 상황을 몰랐던 수미는 수연을 둔 채 은주에게 "후회할 일은 없을 거야"라고 야멸치게 쏘아붙이고 돌아서게 됩니다.
그렇게 엄마와 하나뿐인 동생이 모두 같은 날 죽는 일을 겪은 뒤, 수미는 극심한 죄책감이 원인이 된 심각한 해리장애를 겪게 됐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아버지인 무현이 치료를 위해 수미와 함께 집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과거, 옷장에 깔린 수연이 간절하게 언니를 찾습니다. 그리고 걸어 나오는 수미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5. 리뷰

어떻게 보면 요즘에는 흔한 소재의 공포영화이고 줄거리도 별다를 거 없어 보입니다.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그 쓸쓸함과 공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특별합니다.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쓸쓸하고, 무섭다기보다는 외롭다고 할까요. 머리로 생각하고 앞뒤로 짜맞추기보다는 마음으로 느끼고 가만히 감상하는 음악같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색감, 음악이 주는 상상의 실루엣,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까지 하나하나 아름답습니다. 저는 장화홍련은 평단에서 말하듯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라든가 잘 만든 공포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볼 때는 마음이 많이 아립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은 것은 그게 왜 좋은지를 설명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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