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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패왕별희 (1993)

by 니루루 2022. 9. 7.

패왕별희-포스터

 

1. 소개

1993년 중국의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홍콩의 작가인 이벽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자도 각본에 참여하였습니다. 제목 패왕별희는 본래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극 작품이며,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이자 곧 영화의 제목입니다. 1993년 46회 칸 영화제에서 피아노와 황금종려상을 공동 수상한 작품입니다.

 

2. 등장인물

더우쯔
이 영화의 주인공. 경극 패왕별희에서 우희 역을 맡습니다. 경극은 원래 남자들만 연기하는 것이 전통이기에 여자 역할도 남자가 맡게 되는데, 더우쯔가 여자 역할을 강요받습니다.

스터 우 
더우쯔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 패왕별희에서 항우 역을 맡습니다. 경극학교 시절부터 더우쯔를 항상 보호해 왔습니다.

뒤셴
유곽에서 일하던 매춘부. 화 만루에서 여러 변태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할 뻔하지만 스터 우가 구해준 이후 유곽에서 나오며 스터 우와 결혼합니다.

 

3. 줄거리

아들 더우쯔를 데리고 경극단 단장을 찾는 여인. 아이의 얼굴이 훤하지만 손가락이 여섯 개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장의 거절에 여인은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고 경극단에 아이를 버려두고 떠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더우쯔. 더우쯔는 경극단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경극단 아이들의 대장인 스터 우가 더우쯔를 감싸줍니다. 경극단에서 고된 훈련을 받아내는 더우쯔는 스터 우의 도움 아래 가까스려 견뎌내 가고 더우쯔는 스터우를 진심으로 아끼게 됩니다. 더우쯔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졌기 때문에 극단으로부터 여성의 역할과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강요받게 됩니다.

 

더우쯔는 어느 날 또 다른 친구 라이즈와 경극단에서 가출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프로 경극배우와 마주치게 되고 그 유명한 경극 배우는 마치 사람들에게 왕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에 이끌린 더우쯔는 그를 따라가 난생처음  진짜 경극을 관람하게 됩니다. 너무나 멋진 공연에 라이즈는 울기까지 합니다. 라이즈는 감동받아서 운 것이 아니라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더우쯔는 다시 경극단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스승에게 많은 매질을 당합니다.

 

겁이 난 라이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결국 자신 때문에 죽은 것이라 생각한 더우쯔는 스스로를 더욱 자책하고 깊은 어둠 속에 자신을 가둡니다. 몇 년이 지난 후, 경극 단장이 더우쯔의 재능을 눈치챕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더우쯔는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는 스터 우에게 큰 상처를 받습니다.  더우쯔는 결국 남성을 포기하고 여자의 정체성을 선택하게 됩니다. 다시 세월이 지나고, 더우쯔와 스터 우는 장대인이라는 권력자 앞에서 실력을 뽐내게 되지만, 더우쯔는 장대인의 집에 끌려가 성폭력을 당합니다.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 자라난 더우쯔와 스터 우는 이제 마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경극배우가 됩니다.

 

둘의 인기는 너무나 대단해서 콧대 높은 경극 단장이 그들의 보조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유명해집니다. 특히 더우쯔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스터 우는 경극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고 행동하는 반면, 더우쯔는 경극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여성의 성 정체성이 돼버린 더우쯔는 자신의 소중했던 친구 스터 우를 마치 경극에서 우희가 항우를 사랑하듯이 사랑하게 됩니다. 둘의 사이는 스터 우가 창녀 쥐셴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급속도로 멀어져 버립니다. 이후 더우쯔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아편에 중독되고 폐인이 돼갑니다. 그러나 스터 우는 스터 우대로 경극을 그만둔 후 제대로 된 직업 없이 귀뚜라미나 보여주는 한량들에게 돈이나 빌려주는 한심한 삶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더우쯔와 스터 우의 사부 관 대인은 두 사람을 경극학교로 호출하고 둘은 극적으로 화해하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 일본이 연합군에 의해 패망하고 한창 공연 중이던 무대에 이번에는 국민당 군인들이 난입합니다. 그리고 소란이 일어나고 간첩죄로 체포당하는 더우쯔. 이에 쥐셴은 원대인을 설득해 더우쯔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였고 재판이 끝나고 더우쯔는 풀려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북경에 입성한 공산당군 앞에서 오랜만에 다시 함께 공연하게 된 더우쯔와 스터우. 그러나 경극을 관람하는 대중의 모습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더우쯔와 스터 우는 경극단의 재기를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고전극을 유지하고자 하는 두 사람에 반해 노동 그리고 인민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단원들 특히 제자 서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국 서가 극단을 나가 더우쯔의 역할을 뺏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연이은 서의 협박에 스터 우는 어쩔 수 없이 더우쯔를 남겨둔 채 혼자만 무대에 오릅니다.

세월은 흘러 문화 대혁명 시기가 됩니다. 문화계의 반동으로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갖은 수모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경극 단원 모두가 분장한 채로 홍위병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 더우쯔 또한 화려한 우희의 모습으로 스터 우의 옆에 나란히 서서 인민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들은 홍위병들로부터 자아비판을 강요당합니다. 결국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살아남은 것 같았던 더우쯔와 스터 우 그리고 쥐셴이었지만 사나운 문화 대혁명의 광풍 속에 쥐셴은 자살을 선택합니다. 제자였던 서 역시 반동으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10년 간의 길었던 문화 대혁명이 막을 내린 1977년, 이제 늙어버린 더우쯔와 스터 우는 경극 분장을 하고는 오랜만에 경극을 하고 싶다는 두 사람을 위해 체육관 관계자는 조명을 준비하고 이에 두 사람은 관객 없이 둘만의 패왕별희를 연기합니다. 이윽고 우희가 항우의 검을 뽑아 자결하는 극의 절정 부분에서 극의 한 장면처럼 더우쯔는 스터 우의 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4. 리뷰

이 작품은 중국의 혼란스러운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세상의 이치, 그리고 권력의 덧없는 흐름을 더우쯔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절정의 인기를 뽐냈던 경극배우로서의 인생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천대받고 상처받고 스러져가는 것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시선과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대작입니다. 어떤 관점으로 보든 간에 흥미로운 영화이지요.

 

저는 패왕별희라는 영화를 볼 때, 경극배우 청뎨이가 아닌 어린 시절의 이름인 더우쯔로서, 더우쯔의 개인적인 삶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더우쯔는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서 버림받고 상처받습니다. 남자로서의 자기 자신도 버림받고,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도 버림받고 유린당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그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의지했던 아편과 그가 집착했던 경극에서 그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스터 우와 함께 아름다운 패왕별희 속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동성애적인 사랑이든 아니면 현실로부터의 도피이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상처받고 고통받는 더우쯔의 삶 속에서 그는 언제나 품위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상처받고 무너져가는 그가 아름다운 자신을 지킬 유일한 방법은 패왕별희 속 우희로 살다 죽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더우쯔에게는 그의 자살이 새드엔딩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그 다운 방식으로, 그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스터 우는 선물해준 것입니다. 너무도 슬퍼서 아름다운 영화, 패왕별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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