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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붉은 돼지 (紅の豚,1992)

by 니루루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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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붉은 돼지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개봉 : 1992. 7. 18

 

줄거리

1929년 파시스트 치하의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전직 군인이자 파일럿인 주인공 마르코 파곳(Marco Pagot)은 1차 대전에 참전하지만 파시즘에 물들어버린 자신의 국가에 실망하게 된다.

이후 그는 현상금 사냥꾼 포르코 롯소가 된다.  포르코를 좀처럼 이길 수 없었던 공적 연합은 미국의 조종사 도널드 커티스를 용병으로 고용하게 되고 그와 대결을 펼친다.

 

공적 연합과 커티스는 여객선을 습격하며 포르코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고 포르코는 상태가 좋지 않은 비행정을 정비하러 밀라노에 갔다가 도중에 마주친 커티스의 습격으로 추락하고 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포르코는 이후 몸을 숨기고 크게 파손된 기체와 함께 밀라노에 도착해 단골인 피콜로 사에 수리를 맡긴다. 여기서 사장의 손녀 피오를 만나 비행기를 수리하게 된다. 한편 포르코의 옛 전우인 이탈리아 공군 소령 페라린은 포르코에게 복귀를 종용하지만 포르코는 미련 없이 그 제안을 거절한다.

 

수리가 완료되어 시험 비행만이 남았지만 포르코는 비밀경찰이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피오를 미행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시험 비행 없이 바로 비행정을 타고 떠나기로 하지만 피오의 고집으로 피오를 동승한 상태에서 무사히 비행정을 타고 탈출하게 된다. 이후 아지트로 돌아온 포르코와 피오는 그곳에서 매복하고 있던 공적 연합에게 습격당하여 붙잡히지만 피오의 설득으로 비행정의 파괴를 면하게 되고, 포르코는 커티스와 정식으로 재결투를 하는 조건으로 풀려나온다. 포르코와 커티스는 장렬한 재대결을 펼쳤고 주먹다짐까지 벌인 끝에 포르코가 승리를 한다.

 

그리고 페라린에게 연락을 받고 날아온 지나는 이탈리아 공군의 내습을 경고하고 포르코는 지나에게 피오를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하며 커티스와 함께 이탈리아 공군을 교란하는 미끼 역할을 자처한다. 피오는 포르코에게 작별의 키스를 전하고 포르코와 커티스는 협력하여 공군을 따돌린다. 이후 세월이 흘러 작품의 악역으로 나오는 공적 연합들은 일선에서 은퇴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며 피오와 지나는 친구가 되고 커티스는 일류 배우가 된다.

 

포르코는 에필로그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호텔 아드리아노의 전경에 보이는 붉은 비행기와 지나가 앉아있던 정원의 정자에 그녀가 없는 것으로 보아 포르코와 지나는 함께하기로 한 암시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등장인물

 

포르코 로소


인간이었을 때의 이름은 마르코 파고트.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법에 걸려 돼지가 되었다. 딱히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으로 17살부터 비행정을 몰기 시작해 1차 대전 중에는 이탈리아 왕국 군 왕립 공군의 대위였다. 돼지가 된 후로는 아드리아해를 무대로 공중 해적을 상대로 현상금 사냥을 해서 돈을 번다. 다소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항간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을 모티브로 했다는 소문이 있다.

마담 지나


호텔 아드리아누의 오너로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유명하다. 성격 또한 친절하여 호텔 아드리아노 손님들은 물론이고 악당들마저 지나 앞에서 순한 양이 된다. 비행정의 파일럿들과 3번 결혼했지만 남편들이 모두 하늘에서 죽어버렸다. 주인공 포르코를 사랑한다.

피오 피콜로

 

미국에서 온 피콜로 영감의 손녀이다. 17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콜로 정비소의 설계 주임이다. 돈 벌러 떠난 피콜로 영감의 아들들과는 다르게 손녀인 피오는 나이에 비해 뛰어난 설계, 개발 실력을 가지고 있어 작 중반부에 교체되는 포르코의 비행정의 설계 일체를 담당한다. 그리고 포르코의 비행정을 타고 함께 다닌다. 주인공 포르코를 좋아한다.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는 다른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는 비행기와 유럽에 대한 내용을 마음껏 그려 넣은 작품으로 대중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이 작품이 심오하게 무겁다거나 하지 않다. 전쟁 반대의 메시지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 자체가 경쾌하고 그 내용이 이 작품의 메인 주제와도 거리가 멀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니만큼 음악은 역시 히사이시 조가 담당했다.

 

붉은 돼지라는 제목에 적(赤)이 아니라 홍(紅くれない)이 쓰이는데 같은 '붉다'라는 뜻이지만 일본어에서는 약간의 어감 차이가 있다. 적(赤) 자는 빨간색이고, 홍(紅)은 흔히 핏빛으로 묘사되는 선홍색의 느낌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시적인 느낌이 강한 붉은 돼지로 번역되었으며,  영어 개봉판에서는 단순한 색채 표현인 Red Pig가 아닌 Crimson Pig로 번역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포르코가 인간에서 돼지가 된 설정이 흥미롭다. 이건 만화적인 설정이라기보다는 당시 파시스트를 신봉하는 자신의 국가에 대한 반발이다. 만약 파시스트가 되는 것만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이라면 나는 차라리 돼지가 되겠다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혹은 인간이 벌이는 전쟁의 잔혹한 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의 내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애니메이션 내용이 정치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혼자 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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