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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빅피시 (Big Fish, 2003)

by 니루루 2022. 8. 19.

빅피쉬-포스터

제목: 빅 피시

감독: 팀 버튼

출연:  이완 맥그리거, 알버트 피니, 빌리 크루덥

 

1.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아버지

영화는 어린 윌 블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대사로 시작된다. 반짝이는 눈으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어린 윌. 에드워드는 자신이 겪었던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마법 같으며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윌에게 생동감 있게 전해준다.  그런데 이만 멈출 수는 없었던 걸까? 에드워드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쉬지 않고 반복된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캠핑장에서도, 심지어 다 큰 아들의 결혼식 파티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에드워드. 처음엔 눈을 반짝이며 듣던 윌도 어른이 되고 여전히 반복되는 아버지의 똑같은 이야기에 지치게 되고, 이제는 너무나 지겹다.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전해졌던 아름다움과 벅찬 설렘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그 아름다웠던 이야기가 어째서인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꼭 그렇게 주위 사람을 들러리로 만들고 어느 자리에서든지 아버지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 건가? 윌은 에드워드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기심 가득한 허풍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에 갈등하는 에드워드와 윌은 3년간 말조차 하지 않게 된다.

 

2. 젊은 에드워드의 환상적인 이야기

영화 빅 피시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그 장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출생에서부터 범상치 않았던 그의 이야기는 거인병에 걸렸던 일, 마을의 각종 스포츠와 대회를 섭렵하며 영웅 대접을 받던 일, 마녀를 만나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게 된 일, 거인과 함께 모험을 떠난 일, 한마을에 정착하고 벌어진 일,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해서 벌어지는 일, 샴쌍둥이를 만난 일 등등을  특유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로 풀어내고 있다.

 

3. 삶은 이야기이다.

윌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 댁에 찾아가게 된다. 에드워드를 만난 윌은 쇠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짠함을 느끼게 된다. 집안을 살펴보는 윌.  곳곳이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은 추억들이다.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상 속 이야기를 하는 에드워드. 윌은 어쩐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예전처럼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그래도 윌은 에드워드가 주기 전에 자신에게만은 진실을 이야기하길 원한다.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은 평행선이다. 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니까, 자신에게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이해하지 못한다. 애당초 에드워드에게는 자신이 말한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 에드워드의 진실

윌은 아버지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했기에 뒤를 캐기 시작하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아버지가 이야기를 통해 담고 싶었던 진실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가 가장 사랑했던 아내와 아들. 윌의 어머니와 윌 자신이었던 것이다. 에드워드의 거짓말스러운 이야기 안에서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진실은

바로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이었다.

 

진실은 그대로 전하기엔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어서 가장 아름다운 허풍으로 위장한 이야기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산드라, 윌을 향한 사랑이었고, 그 본질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진실이었음을 윌은 마침내 깨닫는다. 이제 윌에게도 아버지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더는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것만은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5. 윌 블룸의 이야기

병환이 깊어져 죽음을 앞둔 에드워드. 그의 임종을 지키는 윌에게 에드워드는 자신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한다. 항상 윌에게 이야기만을 해오던 에드워드가 마지막에서야 처음으로 아들에게 이야기를 청한다. 그 의미를 깨달은 윌은 여태까지 자신이 천 번은 들었을 아버지의 이야기 속으로 마침내 들어간다.

 

에드워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그의 임종을 마중하고 손을 흔들어 준다. 에드워드는 그 장대한 모험의 생을 마치고 다시 빅 피시로 돌아가 영원히 불멸하는 이야기가 되고, 그렇게 윌은 자신의 첫 번째 이야기로서 아버지를 계승한다.

 

6. 리뷰를 마치고 나서

빅 피시는 팀 버튼이 만든 영화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팀 버튼스럽지 않은 영화다. 그렇다고 팀 버튼이 아닌 그 누가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항상 한 해에 한 번씩은 챙겨보고 그때마다 매번 다른 부분에서 감동을 느끼곤 한다. 마치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웃으면서 화답해 주는 산드라처럼.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아버지가 죽음에 다다라서야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삶 속에서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내 가족.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삶을  그들을 보내기 전에 조금 더 일찍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